MBC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파일럿 프로그램 '심야괴담회'는 사라졌던 새로운 공포 프로그램의 부활이라는 명목하에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토요 미스테리 극장 이후 제대로된 공포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거의 전무했던 공포라는 소재를 제대로 살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일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MC 신동엽을 시작으로 박나래, 허안나, 황재성이라는 입담꾼까지 준비 시켜놓은 심야괴담회는 방송 전 공포와 유쾌가 공존하는 프로그램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MBC는 조금더 '공포'에 초점을 맞춰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방송일정이 정해짐과 동시에 괴담 수위가 높다며 '방송시간을 9시에서 10시로 변경했다.' '날 것 그대로의 섬뜩함'을 보여주겠다는 기사들이 이를 반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막상 방송된 심야괴담회에서 우리들은 이불을 뒤짚어쓰고 봤던 토요 미스테리 극장과 같은 공포를 찾아볼 순 없었습니다. 다만, 괴담대결을 펼친 박나래, 허안나, 황재성 등이 괴담을 맞깔나게 읽어줘서 '한 두 번 긴장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 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개인적으로는 금번 방송된 심야괴담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허안나의 '원한령과의 동거'라는 괴담은 허안나의 입담과 표정으로 그나마 시청자들에게 간장감을 선사해주기 좋은 괴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청년이 자취방을 구해 이사를 오자마자 곳곳을 청소했음에도 나는 썩은 냄새때문에 울은 벽지를 떼어내자 벽을 빼곡히 채운 부적들, 그리고 그 부적을 띄어내어내자마자 가위에 눌리고, 귀신을 봤다는 내용은 긴장감을 주기 충분했했습니다. 또한 이후 무서워서 간 어머니 집에서 자취방에서와 같은 썩은 냄새를 맡은 후 과도로 자신의 다리를 찌른 남자의 사연은 개인적으로도 허안나의 입담 속 괴담이 주는 시원함을 주었다고 생각되는데요.
그러나, 심야괴담회는 기존에 진행되었던 공포 프로그램과 다른 형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청자가 투고해준 괴담을 스토리텔링하여 연예인이 토크형식으로 괴담을 이야기한 후, 챌린지 형식으로 우승자를 뽑는 형식의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이전 토요미스테리 극장이나 전설의 고향 등 재연 혹은 연출된 공포 프로그램의 이상의 긴장감을 줄 수 없습니다. 또한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더 자극적인 방송, 영화를 시청하는 우리들에게 심야괴담회의 괴담 수준은 '아기'와 같다고 여겨질 수 밖에 없다 생각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마저도 괴담을 맛깔라게 살릴 수 있었던 입담꾼 신동엽, 박나래, 황재성, 허안나 등이 없었다면 심야괴담회는 단 한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없었던 프로그램이었다는 생각이 들 뿐이며, 과연 이 파일럿 프로그램 심야괴담회가 이 정도 괴담 수준으로 밤9시에서 10시로 시간편성을 변경했어야 했냐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도 MBC는 많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대단하게 홍보하였지만, 막상 성공한 파일럿 프로그램은 '복면가왕' 뿐입니다.
심야괴담회는 1부 시청이 1.8% 로 지상파 방송 1위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지상파와의 비교는 무의미한 것이지요. 동 시간대 방송된 미스트롯2는 20% 이상의 시청율을 기록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이번 심야괴담회는 절대 정규편성이 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포라는 컨텐츠를 가장 선호하는 시청자도 적을 뿐더러, 그렇다고 진짜 무섭지도 않은 그냥 '괴담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누가 기다릴지 의문만 듭니다. 또한 해당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투고로 스토리텔링이 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즉, 반대로 이 말은 더 자극적이고 더 자극적이여야만 자신이 투고한 글이 방송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정규 편성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후 극심한 사연고갈과 함께 시청자가 자작극으로 만드는 허위 공포를 방송해야만 한다는 숙제까지 가지고 있는 방송이라 생각됩니다.